일본어의 청음을 한글의 예사소리로 표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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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泉純一郎는 '고이즈미 준이치로'라 쓴다.

반대로 '고양시'는 コヤン市 라고 쓰고, (コ는 [ko]발음이다.)

게다가 '中村'에 대해서 '나카무라', 혹자는 '나까무라'라고 다르게 쓰는 경우도 있다.

들어가며- 탁음과 청음의 표기법에 관해

 

다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알지 못했던 프로그래밍 언어를 새로 배우는 것보다도 배로 힘들지만,

내가 완성한 문장이 자연스럽다면, (통사론에서 말하는 철학적 의미의 자연스러움 같은 게 아니다) 어찌되었건 의미가 통하여 기쁘다.

그런 점에서는 프로그래밍과 비슷하다.

 

 

탁음과 청음의 구분을 명확히하여 한자를 외우고 있는데,

아무래도 아래와 같은 식의 표기가 거슬린다.

 

 

'아지노모토' 라는 기업에 대해 찾다가, 근대 조선에서는 '아지노모도'라고 신문 광고에 표기했던 것을 봤다.

(味の素는 동명 기업의 msg인데, 말 그대로 맛의 기원이라는 뜻이며-맛 미 자에 바탕 소 자-근대 조선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를 베낀 게 대상의 미원으로 알고있다.) 

と와 ど는 각각 청음과 탁음이고, [to] 와 [do]로 발음된단 말이지.

 

 

그런데 한국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小泉純一郎'고이즈미 준이치로'라 쓴다.

반대로 '고양시'는 コヤン市 라고 쓰고, (コ는 [ko]발음이다.)

게다가 '中村'(なかむら)에 대해서 '나카무라', 혹자는 '나까무라'라고 다르게 쓰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이런 혼란이 왜 생기는 걸까?

 

 

 

유성음과 무성음

 

이를 이해하려면 유성음과 무성음에 대해 알아야한다.

유성음(안울림소리)와 무성음(울림소리)는 중등교육과정에서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어에서 울림소리는 모음과 비음, 유음이다. 우리는 이 비음과 유음을 '노란양말'의 초성인 /ㄴ/, /ㄹ/, /ㅇ/, /ㅁ/으로 외웠다.

안울림소리는 그 외의 자음이다. 성대에 손을 대고서 발음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어의 안울림소리의 구분은 다시 ‘ㄱ-ㅋ-ㄲ, ㄷ-ㅌ-ㄸ, ㅂ-ㅍ-ㅃ’의 관계처럼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로 나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있는 영어, 일본어의 경우 자음체계는 ‘g-k, d-t, b-p, v-f’와 같이 ‘유성음(울림소리)-무성음(안울림소리)’의 대립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날 어지럽게 한 비극이 시작된다... 15円 50銭- 쥬엔고쥿센(십볼렛)의 비극도 여기서였을지도 모른다.

 

 

위와 같은 자음체계의 불일치 때문에 한국어 화자는 영어와 일본어의 유성음과 무성음을 제대로 구분하여 발음하거나, 듣지 못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가 boat-보트를 뽀트(국어에는 어두의 유성 파열/파찰음이 없음)라고도 하고, gum-검을 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이다.

 

 

다시 한 번 적지만 핵심은, 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은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의 구분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어 화자를 데려다가 정확히 [나카무라]에 가까운지 [나까무라]에 가까운지 가려볼 수 있으나, 우리가 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게 매번 구분하여 적기 어렵지 않은가?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 제 4항은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고 정해두었다.

 

 

다른 사례에 적용해보면,

小泉今日子 는 고이즈미 교코라고 적는다. 

(きょうこ)의 경우 き는 か행에 있는 일본어의 무성음이기 때문에, 뒤의 요음과 관계없이 '교코'로 표기하면 된다.

 

 

어중에서의 무성음- 변이음

 

'감기'라는 단어를 발음해보자. 우리는 평소 못 느끼지만, [kamgi]처럼 발음된다. (옳은 표기가 아니나, 대충 넘어가길) 

한국어의 파열음이나 파찰음의 예사소리는 유성음 사이에 놓일 때만 변이음으로서의 유성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락 발라드를 떠올려 보자.

많은 사람들이 민경훈의 창법을 모사하며

타신 나같은 사람 만나지 마효~ 라고 부른다. 

[다신]으로 발음해야 하지만, 어쩐지 대부분 사람의 귀에는 [타신]으로 들린 것이다.

/ㄷ/의 기식(호흡의 기운을 이르는 말)이 강하다.

 

 

감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두의 /ㄱ/이 기식이 더 강하다. 어중의 /ㄱ/는 [g]와 거의 비슷하다. (이를 변이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말의 어두의 /ㄱ/은, 약한 유기음(약기음)으로 분류된다. 이는 미국식 영어의 어중 무성음, 일본어 무성자음(か[ka], こ[ko]) 또한 그렇다.

따라서 내가 헷갈렸던 /ㅋ/는 강한 유기음(강기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か[ka], こ[ko] 등등 か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런 변이음은 동두천시 トンドゥチョンシ 를 예시로 알 수 있다.

어두의 '동'의 /ㄷ/에 해당하는 トン은 청음으로 표기되나, '두'의 /ㄷ/ 즉, /ㅇ/과 /ㅜ/ 사이 /ㄷ/은 탁음인 ド로 표기된다.

 

 

 

한국어만 이러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어에도 한국어와 유사한 음소배열규칙이 존재하여, か행과 た행 등의 자음이 어두에 출현할 때는 약한 유기음, 어중과 어말에서는 무기음화 된다. (일본어의 어중, 어말 청음은 성대 지속시간이 어두에 설때보다 더 짧아지며 폐쇄 지속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된소리와 유사한 면이 있다.)

 

 

좋다, 어두의 일본어 무성음은 예사소리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아지노모도'는 어떻게 된거야?

 

 

'아지노모도'는 비표준 표기임을 명심하자. '아지노모토'가 맞는 표기이다.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문교부 고시 제85-11호로 공포되기 한참 이전의 신문 광고였으므로, 당시 화자의 언어 습관이 반영된 표기이다.

한국어의 유성음화 현상에 의해 한국인 학습자는 일본어의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별하지 못하고 어중에서 무성자음을 유성자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예)

かんこく(韓国)[kaŋkokɯ] → かんごく(監獄)[kaŋgokɯ]

また(又)[mata] → まだ(未)[mada]

しかい(市会)[ɕikai] → しがい(市外)[ɕigai]

かかく価格[kakakɯ] → かがく(化学)[kagakɯ]

 

 

 

마치며

 

이로써 한국어의 일본어 표기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요약하자면, 한국어 자음의 구분(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이 없음) 과 외국어의 것이 다르므로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 라는 원칙과는 별개로 달라지는 표기법이다.

 

 

 

참고

 

https://www.korean.go.kr/nkview/nknews/200501/78_4.html

 

::: 새 국어 소식 :::

  지난 연말 말레이인도네시아어와 태국어, 베트남어 등 동남아시아 지역 세 언어의 외래어 표기법이 새로 고시되었다. 새 표기법의 제정으로 그동안 ‘*푸케트, *호치민, *콸라룸푸르’ 등으

www.korean.go.kr

 

https://kornorms.korean.go.kr/regltn/regltnView.do?regltn_code=0003#a 

 

한국어 어문 규범

 

kornorms.korean.go.kr

 

https://www.korean.go.kr/nkview/news/91/news6_7.htm

 

외래어 표기

외래어 표기 외래어 표기와 된소리 김세중(국립국어연구원) 국어의 자음은 19개인데 이 중에서 ‘ㄲ, ㄸ, ㅃ, ㅆ, ㅉ’ 5개가 된소리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 표기에 원칙적으로 된소리를 쓰

www.korean.go.kr

 

https://namu.wiki/w/%EC%9D%BC%EB%B3%B8%EC%96%B4/%EB%B0%9C%EC%9D%8C

 

일본어/발음 - 나무위키

자음 음소는 초성이 총 14가지[10](/k/↔/ɡ/(か행, が행)·/s/↔/z/(さ행, ざ행)·/t/↔/d/(た행, だ행)·/n/(な행)·/h/↔/b/↔/p/(は행, ば행, ぱ행)·/m/(ま행)·/j/(や행)·/ɾ/(ら행)[11]·/w/(わ행)), 종성이 총 2가

namu.wiki

 

 

https://namu.wiki/w/%EC%99%B8%EB%9E%98%EC%96%B4%20%ED%91%9C%EA%B8%B0%EB%B2%95/%EC%9D%BC%EB%B3%B8%EC%96%B4

 

외래어 표기법/일본어 - 나무위키

제1항 촉음 [ッ]: 촉음(促音)[ッ]는 ‘ㅅ’으로 통일해서 적는다. 제2항 장모음: 장모음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2014년(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4-43호): ニャ, ニュ, ニョ와 이에 대한 한글 표기 '

namu.wiki

 

https://eiec.kdi.re.kr/publish/naraView.do?cidx=11044 

 

외래어 표기에 쓸 수 있는 받침은 단 7개 | 나라경제 | KDI 경제정보센터

한국어를 적는 데 한글만 한 것이 없듯이 영어에는 로마자, 러시아어에는 키릴문자만 한 것이 없다. 그러니 외래어를 정확하게 적고자 한다면 해당 언어에서 사용하는 문자를 그대로 쓰는 것이

eiec.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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